난방비0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 - 아파트 전기요금을 지역난방 열요금처럼 부과한다면?

지역난방 난방비 절약방법 및 요금체계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열요금 구조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역난방공사나 열병합발전소 등 열에너지 사업자가 아파트 단지별로 열요금을 총액으로 1차 부과하고, 이 총액을 개별세대 계량수치 및 면적에 따라 관리사무소에서 세대별로 2차 분과해서 나눠내게 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열요금은 기본요금+난방비+급탕비+공동사용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의 문제는 이웃이 난방비를 절약하면 그 절약한 만큼 나머지 이웃이 나눠내야 하는 데 있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파트 단위별로 열요금 "난방공동체"가 형성되어 있고, 아파트 주민간의 난방비 제로썸 게임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난방비0원" 문제의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난방비 0원 사태는 일반적으로 5년 수명인 적산열량계의 배터리를 관리하지 않아 난방 열량 사용량을 계량하지 못하게 하고 난방비 0원을 부과받는 입주민의 사용 난방비를 나머지 선량한 이웃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나눠내는 문제입니다. 아예 난방을 하지 않는 세대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부정행위를 하는 세대로 인해 나머지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입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요? 당연히 난방비 제로썸 구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약 난방비 제로썸 구조가 아니라면.. 어느 가정에 난방비0원이 발생하는 순간 수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한 열에너지 사업자가 난방비0원 세대에 실사를 나오게 되고 계량기 문제를 즉각적으로 파악, 해결하여 자기 수익을 보전하게 됩니다. 난방비 0원이 순간적으로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제로썸 게임 구조만 아니라면 이웃에게 아무 피해를 주지 않으며, 단지 사업자와 난방비0원 문제가 발생한 소비자 간의 개별분쟁 문제로 국소화됩니다. 열에너지 사업자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열 소비자들에게 끊임없이 열요금 관리요령을 교육하게 될 것이며, 열손실을 줄이기 위한 최적의 난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 소비자에게 교육하게 될 것입니다.

이 난방비 제로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저는 최근 지역난방 열요금을 전기요금처럼 개별세대별로 직접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달라고 여기저기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drkimfixnsolve.tistory.com/186

지역난방 난방비 부과 및 납부 방법의 개선에 대하여 - 네 이웃을 사랑하라!

아직 큰 반향은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요구한다면.. 제가 말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합리적이라면.. 언젠가는 정책에, 제도 개선에 반영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럼 지역난방 열요금을 전기요금처럼 개별세대에 직접 부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역설적으로 전기요금을 열요금처럼 아파트 단위별로 1차 부과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2020년 11월 에너지 요금: 전기에너지 vs 열에너지

잘 아시다시피 전기에너지든 열에너지든 발전소에서 에너지를 끌고 와서 아파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해야 합니다. 열에너지는 열교환장치가 있다면, 전기에너지는 변전설비가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로부터 22,900 V의 전기를 공급받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220 V로 변환해야 합니다. 마치 110도의 난방수를 공급받아 55도의 난방수를 이용해서 세대에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것과 같습니다. 전기는 절대 유체가 아니지만 전류처럼 유체와 비슷한 개념을 쓰고 있습니다. 열에너지는 난방수에 태워져 오기 때문에 그대로 유체의 개념을 쓰면 되고요.

자, 이제 개념도 비슷하고 공급방식도 비슷하다면.. 전기요금도 지금의 열요금처럼 아파트 단지별로 총액 요금으로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과된 총액 요금에는 기본전기요금과 세대별 사용 전기요금, 공동사용 전기요금으로 구분될 것입니다. 기본전기료는 아파트까지 전기에너지를 수송하는 데 발생하는 전력손실비 포함하여 여러 잡다한 비용을 넣을 수 있습니다. 세대별 사용전기료는 각 세대에 달려있는 계량기를 통해 계량한 수치에 단가를 곱해 산정합니다. 공동전기요금은 더 낮은 단가로 지하주차장 불빛, 가로등 불빛 등을 밝히는데 사용된 전기에 부과합니다.

자 그럼,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어떻게 전기요금을 부과해야 할까요?

(한전에 납부해야 하는 총액요금) = (기본요금 총액: 면적별 부과) + (세대사용 전기요금) + (공동사용 전기요금)

이렇게 배분해야 합니다. 기본요금을 제하고도 공용부분의 단가를 먼저 정해야 세대 전기요금 단가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공용부분은 필수 전기이기 때문에 kWh당 50원 정도로 싼 수준에서 임의로 정하고 나머지 비용을 세대요금 단가로 전가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세대별 단가는 다음과 같이 결정됩니다.

(세대사용 전기요금단가) =  (총액 요금 - 기본 전기료 - 공동전기요금) / (세대별계량수치 총합)

이렇게 되면 각 세대는 (전기요금) = (계량수치) x (단가) 를 납부하면 되고 어떻게 보면 누진세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좋을 것 습니다. 최소한 사용한 전기사용량에 단순비례하는 전기요금을 납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복잡한 문제는 단가에 숨어 있습니다. 전기요금 제로썸 게임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세대가 일부러 계량기를 고장내면.. 전기요금0원 사태가 발생하고 나머지 세대가 납부해야 하는 전기요금 총액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단가를 상승시켜 부족한 부분을 십시일반으로 나눠내게 해야 합니다. 어느 세대가 전기를 알뜰하게 절약하면 단가가 상승해서 나머지 세대의 전기요금이 증가합니다. 모든 세대가 무분별하게 전기를 사용하면.. 혹은 계량기가 오작동해서 전기사용량을 부풀려 계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단가가 감소해서 싼 전기를 맘껏 쓰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2020년 11월 아파트 전기요금 부과된 내역 및 납부 내역

2020년 11월 열요금 부과 및 납부 내역

위 사진을 보면 2020년 저희 아파트 전기요금 및 열요금 부과내역 및 납부 내역입니다.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하나는 개별부과/개별납부로 되어 있고, 다른 하나는 총액부과/세대배분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자, 어느 제도가 더 합리적입니까? 공급자에게 내가 사용한 만큼 직접 부과를 받고 싶으신가요, 아파트 단위별로 총액으로 부과받아 이상적인 전기요금 공동체를 형성하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