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일체형 스와치 손목시계 분해해서 내부 살펴보기 Swatch Hacks

요즘 거의 손목시계를 사용 안하죠. 스마트 폰이 등장하고 스마트와치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손목시계는 서서히 사양산업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저가 시계를 사려고 하면 구하기 어렵더라구요. 반면 스위스제 고가 손목시계는 아직도 잘 팔리는 것 같습니다. 시계 하나에 몇천만원 하는 게 제 정신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몇년 전 딸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시험도 보고 해야 하고.. 손목시계가 필요하더라구요. 그래서 중저가 모델로 스와치 손목시계를 사 줬었습니다. 나름 인천공항에서 면세품으로 샀었던 것 같은데 스위스 브랜드이고 평생 보증 뭐 이런 증서를 받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이 시계가 1년 전쯤 사망했습니다. 시계를 많이 안 쓰니 방치해 놨다가 최근 다시 시험때문에 필요해서 살려 보려고 알아 봤더니 이게 의외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일단 스와치 시계가 어느해 부터인가 일체형이라는 명목으로 수리 불가능한 시계를 팔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스와치 AS 센터에 전화해 보니.. 배터리 교환 정도는 가능한데.. 고장나면 고치는 대신 새 제품으로 교환하기나 폐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 전략으로 시계 가격을 낮췄다고 하는데.. 이번에 고장난 스와치 시계도 일체형이었습니다. 새 시계를 교환 받으려면 2년 안에 고장나야 한다고 합니다. 헐~ 

고장난 스와치 손목시계에서 배터리가 외부에서 분리된 모습

손목시계는 필요하고, 공식 AS 센터에서 수리는 불가능하다고 하고.. 그러면 어차피 망가진 거 DIY 해 보자고 덤벼 들었습니다. 시계수리공은 수백년된 전문직업인데.. 당연히 DIY 아마추어가 시계수리공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시작했습니다 ㅋㅋ

자세히 살펴보니 일체형을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를 외부에서 교환할 수 있게 해 놨더라구요. 스와치 평생 보증도 자세히 살펴보니 배터리 평생 교환이었습니다. 배터리 천원도 안하는 것을 평생교환해 준다고 평생 보증과 살짝 헷갈리게 마케팅한 (속인?) 것 같네요. 대단한 스와치네요. 배터리는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으니 자가 교환은 엄청 쉽습니다. 일체형 스와치 시계 배터리 교환 하실 분들은 직접 도전해 보세요. 엄청 쉽습니다.

현재 고장 증세는 초침은 돌아가는데 분침과 시침이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와이프가 시계 배터리도 교환해 봤는데 전혀 개선이 없었다고 합니다. 투명 케이스여서 내부를 조금 살펴 볼 수 있는데 톱니바퀴가 여러개 있는데 그중에 하나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결국 고치려면 열어보고 내부를 살펴 봐야 하는데.. 상하지 않게 열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였습니다. 보통 손목시계는 뒷면으로 접근하던데.. 배터리 외부 교환만 가능하게 해 놓고 분리 포인트가 뒷면은 전혀 없는 일체형이었습니다. 분명히 조립은 했을테니까 앞면 뚜껑 쪽은 열려야 할 것 같은데.. 이쪽도 아이폰 수리용 흡착 뽁뽁이로 댕겨 봐도 전혀 꿈쩍도 안하더라구요.

DIY 수리하려면 상처가 안 생기게 열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상처없이 여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혹시나 뭔가 뻑뻑해서 안돌아갈 수도 있어서.. 배터리쪽 작은 구멍으로 WD40을 살짝 뿌려 줬는데.. 아무 개선도 없고 폭망했습니다. WD40가 기계에는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계속 냄새나고 나중까지 아주 고생에 냄새에.. 절대 뿌리지 마세요.

어쩔 수 없이 시계 살리기는 포기하고.. 약간 비가역적인 파괴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시계를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플라스틱이니 그냥 렌치로 부러뜨리며 니퍼로 자르며 분해해 봤습니다. 시계 내부 분해 과정은 조만간 유튜브 영상으로 정리해서 공개하겠습니다. youtu.be/o9s8JV8jSIc

파괴적으로 확인한 내부 부품은 대부분 톱니바퀴 기어들이었고요, 전기시크널로 시간을 만드는 IC칩이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본체 자체를 회로 기판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안전하게 분리하는 방법은 없어 보였습니다. 왜 초침만 돌아가고 다른 분침, 시침이 안돌아갔는지는 확인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추어 DIY 시계수리공의 한계인 듯 한데.. 예상하기로는 톱니바퀴 기어들 중 하나가 불량이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문 시계수리공도 대체 톱니바퀴를 구하거나 자체 제작해서 수리하는 듯 싶습니다만.. 일반 DIY 아마추어가 할 수 있는 일이 여기까지 인 것 같습니다.

어떤 시스템을 약간 불법적인 방법으로 침입하는 것은 해킹(hacking)이라고 하죠. 컴퓨터 쪽에서 많이 쓰는 단어입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Hacks라는 단어를 많이 씁니다. Life hacks, Dyson hacks 식으로 사용하는데 "사용법", "꿀팁"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뭔가 마구 분해해서 내부를 살펴본 다음에 알아낸 정보들 정도 되겠습니다. 저는 단어 그대로 Swatch Hacks를 해 봤습니다.

결국 스와치 시계는 폐기하고 새로운 중저가 네파 Nepa "수능" 시계를 구매했습니다. 역시 배송비가 없는 쿠팡으로.. https://coupa.ng/bCVgay

[네파] NEPA 학생 수능시계 N5021-WHITE/GRAY japan무브

아래는 딸아이 손목 착용샷입니다. 큼지막하네요.

네파 수능시계

이 새로운 시계가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딸아이에게 조그만 힘이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우리 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