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세코 가정용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 분해해서 수리 - 수증기 동작원리 파악 및 너트/알루미늄 조각 활용 DIY하기

에스프레소 머신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셨나요? 집에 있는 필립스 세코 SAECO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이 고장나서.. 어차피 버린다고 생각하고 분해해서 수리를 시도해 봤습니다. 에스프레소 커피가 수증기를 이용해 압력으로 커피를 짜 낸다는 것을 들어는 봤으나 실제로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처음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일단 고장 증세는 커피 짜내는 소리는 나는 데 커피 물이 하나도 안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수리를 위해 먼저 물통을 제거했습니다.

필립스 새코 가정용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

별렌치 나사를 비롯해서 8mm 너트까지 차근차근 분해해 보니.. 결론적으로 내부에 고압 수증기를 생산하는 실린더가 있고 이 실린더에서 수증기가 나가는 쪽의 부품 하나가 부러져 있었습니다. 이 부품을 따로 살 수도 없고, 뭔가로 대체해야 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안쪽에 있는 스프링이 압력에 의해 동작하도록 해야 하고 고온의 물이 떨어지니 가능한 한 안전한 금속성 물체로 막아야 했습니다. 당연히 납땜 같은 것을 쓸 수가 없겠죠.

이것 저것 거의 하루 종일 시도해 보다가.. 구멍보다 살짝 작은 너트를 집어넣기로 하고 꽉 끼이도록 하기 위해 알루미늄 맥주캔을 오려 작은 금속판을 만들어 먼저 넣었습니다. 그리고 너트를 망치로 박았습니다.

고장난 고압 실린더 하부를 너트와 알루미늄 조각으로 대체하고 있는 모습

결국 수증기가 지나가는 길만 만들어 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커피가 정상적으로 추출되는 것은 확인했습니다. 다만 정말 고압의 수증기가 원하는 압력으로 작동하는 지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적당히 사용해 보고 맛이 나지 않거나 하면 새 제품을 구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수리 전 과정을 정리한 동영상이 되겠습니다. 중간에 물도 쏟고 정신이 없었지만 처음보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내부가 신기했습니다. https://youtu.be/MZWgYiKH2eo

필립스 세코 원래 부품을 갖고 수리 진행했다면 더 완벽하게 수리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우나마 잡동사니 대체 부품으로 수리할 수 있어서 재료비도 안들고 다행이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 작동원리가 비슷할테니.. 가정용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을 갖고 계신 분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가 2019/9/30) 수리 후 이틀 동안 사용해 보니..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이 정확하게 작동한다고 합니다. 새 기계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하네요. 비슷한 제품이 12만원 정도 한다고 하는 걸 보니.. 수리를 통해 12만원 굳은 것 같고 이걸로 맥주나 사 먹어야겠습니다. 부러진 부품 모양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리의 핵심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동작원리를 이해하고, 특히 수증기가 나오는 길을 확보해 주며 대체 부품을 장착했던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용이든 업소용이든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의 동작원리가 대동소이 할 것 같으니 에스프레소 기계가 고장났다면 분해해서 수리해 볼 것을 추천드립니다.  

(추가 2020/6/20) 강력한 수증기와 스프링 힘을 견디지 못하고 위에 집어 넣었던 나사가 다시 튀어 나왔습니다. 기계적인 힘으로 눌러 놨는데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힘이 가해지니 약해 졌나 봅니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립스 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부품을 구할 수 있냐고 문의했더니 해당 모델의 부품이 단종되어서 더이상 구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 부분만 고치면 멀쩡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부품이 없어 커피머신을 버린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지난 번에 수리한 방식대로 다시 알루미늄 캔을 오려 나사를 박아 넣었습니다. 나중에 또 같은 방식으로 고장날 것이 예상됩니다. 이번엔 동작원리를 알고 있으니 지난 번처럼 완전히 분해할 필요는 없고, 나사를 박기 충분한 정도만 분해해서 수리를 했습니다. 아래는 이렇게 수리해서 멀쩡하게 동작하는 동영상이 되겠습니다. youtu.be/SgxoutLwUEs

필립스 세코 에스프로소 커피머신 2차 수리 영상

그냥 버리고 새 커피머신을 사 볼까도 고민해 봤는데.. 소형 가전을 버리는 절차도 의외로 까다롭더라구요. 무슨 환경단체가 있어 무료 수거를 해 주는데.. 5개 이상 모여야 무료 수거를 한다고 합니다. 일반 가정에서 고장난 소형 가전을 5개 이상 모으기 힘든데 이런 규정이 있네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소형 가전을 모아 무료 수거를 신청하면 될 것 같은데.. 관리사무소는 소형 가전의 정의를 크기가 헤어드라이기 정도인 것으로 했더라구요. 커피머신은 너무 커서 소형 가전이 아니니.. 대형 폐기물 딱지를 붙여 구청에 수거 신청을 하라고 합니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데 이 부분은 동대표나 관리사무소에 건의해서 수정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무료 수거를 해 주는 단체가 규정한 대로 소형 가전을 정의해서 모으면 될 일을 관리사무소가 너무 자기들 업무 편의 위주로 정의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아니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련 규정을 정비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