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천만시대: 우리집 진돗개 "진이"와 자동리드줄 (목줄) 사용기

요즘 반려견 천만시대라고 합니다. 4인가족 기준으로 강아지 한마리는 키우고 있다는 얘기죠. 어렸을 때 시골에서 강아지와 함께 자란 저는 강아지를 집안에서 키우는 것을 매우 꺼려합니다. 이 때문에 와이프나 딸 아이들이 애완견을 키우고 싶다고 강력하게 어필할 때에도 강아지는 밖에서 커야 건강하다며 강아지 입양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둘째아이가 강아지 털에 알러지가 약간 있어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걸 간신히 막아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소, 닭, 돼지, 강아지를 어렸을 때 부터 키웠기 때문에.. 강아지가 달려들면 쓰다듬어 주고.. 이뻐해 주고.. 그래도 동물은 동물이니 동물 대접을 해 준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게 집에서 동물이라곤 열대어 정도나 키우던 우리 가족에게.. 2012년 9월 진돗개 "진이"가 나타났습니다. 정확하게는 시골 처갓집에 진도에서 순혈 암컷 진돗개를 입양했고, 이름을 "진이"라고 지었습니다.

2012년 9월 순혈 진돗개 진이를 처음 봤을 때 찍은 사진

태어난지 2-3개월 정도된 강아지였는데, 세상 순해 보였고 똑똑하고 귀여웠고 또 잘 생겼습니다. 진돗개 눈에 쌍거풀이 있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딸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니 아이들 정서에도 좋고 다행이다 생각했고, 넓은 마당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 있으니 진이에게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진돗개의 특징인지 주인가족에게는 매우 나이스하게 굴었는데, 다른 가족이 오면 조금 사납게 굴었습니다. 역시 진돗개는 충직하구만 하고 감탄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진이는 매우 빨리 성장했습니다. 1-2달 후에 방문하니 진이는 벌써 기골이 장대하게 성장해 있었고 위의 애기애기한 강아지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진돗개 풍모를 갖추었고 이름값 하는지 매우 무척 사나웠습니다. 처음에는 오랜만에 보는 우리 가족을 몰라보고 사납게 짖어 대기까지 했습니다. 이내 가족인 걸 알아봤지만.. 너무 사납고 다른 강아지를 공격하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진이의 성장과 함께 목줄을 매어 묶어 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처갓집을 안전하게 지키는 충직한 문지기 역할을 훌륭히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늘 묶여 있는 진이가 불쌍하기도 하고.. 이후에 처갓집을 방문하면 진이를 산책시켜주고, 사람들이 없는 들판에서 목줄을 잠시 풀어 주기도 했습니다. 잠시 자유를 얻은 진이는 사방을 뛰어 다니며 냄새 맡고, 영역 표시하고, 난리에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야생성을 즐기는 것 같아 목줄 풀어주기를 중단할 수 없었습니다. 진이를 데리고 앞산, 뒷산을 오르며 완전히 풀어 놓으면 알아서 길안내도 하고 여기저기 왔다갔다 살피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주인 곁을 떠나지 않고 그랬습니다. 아주 똑똑한 진돗개입니다.

2013년 3월 앞산 산행할 때 모습

2013년 4월 야외에서 뛰어 노는 진이

한두번 자유의 맛을 느낀 진이는 다시 목줄을 감아야 할 때 "진이야~ 진이야~"하고 불러도 잘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빵이나 먹이로 꼬실 때에야 겨우 돌아와 붙잡을 수 있었고 목줄을 다시 걸 수 있었습니다. 힘도 점점 세지고 풀어 주는 것도 점점 어려워 지니 뭔가 방법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3년 쯤 펫샵에 들러 자동으로 목줄의 길이가 늘었다 줄었다하는 자동리드줄을 샀습니다. 미국에서 사람들이 강아지 산책시킬 때 사용하는 것을 봤었고.. 펫샵에 대충 설명하니 가져 오드라고요. 가격은 잘 기억은 안나지만 2만원대였었던 것 같고, 진이가 가능하면 멀리 뛰어놀 수 있도록 최대한 긴 걸 부탁했는데.. 5 미터 짜리가 가장 긴 것이라고 했습니다. 암컷이니까 약간 이쁜 색깔로 붉은색 케이스에 핑크색 줄로 샀습니다.

 

그 이후 7년 간 진이는 이 붉은색 자동리드줄(목줄)에 중독되었습니다. 계속 갇혀 있다고.. 우리 가족만 가면 자동목줄을 들고 산책을 시켜주니 안 반길 수가 없나 봅니다. 도착하면 빨리 산책을 시켜달라고 계속 짖어대고.. 목줄을 들고 산책을 한 후에야 겨우 잠잠해 집니다. 이제는 거의 조건반사식으로 붉은 목줄을 집어 들고 다가가면 오줌을 질질 싸면서 좋아 죽을 라고 합니다. 다른 가족들은 진이에게 힘이 부치니 산책 엄두를 못내고.. 제가 자동목줄 산책을 전담하면서 진이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최근 이 자동 목줄이 고장이 나서 고쳐 보았습니다. 내부에 스프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줄이 풀렸다가 줄었다가 해야 하는데 풀렸다 줄지 않는 것입니다. 아래 동영상 보면 원리는 매우 간단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오래되다 보니 부러진 부품들이 끼어서 동작을 안했던 것 같습니다. 부러진 부품을 제거하고 다시 조립하니 다시 잘 작동하네요. https://youtu.be/fqjKt2DVAxE

이제 계속 진이에게 산책을 시켜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래 오래 살아야 할텐데 벌써 7년이니 수명의 반은 지나간 듯 합니다. 그동안 벌써 자식을 세번이나 나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진이가 첫번째 나았던 강아지들 사진입니다. 다른 진돗개와 맺어줘서 낳았는데 강아지들은 진이를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눈에 쌍거풀까지.

2014년 1월 진이의 첫 자식들

2014년 1월 어느새 자란 진이와 다섯 아이들이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2015년 10월 두번째 강아지들을 낳았습니다. 이번에는 동네의 잘생긴 풍산개와 사이에서 쿵쿵짝해서 낳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자식들을 낳고는 무척 힘들어 했던 것 같습니다. 진이야 힘드니까 그만 낳자~

2015년 10월 진이의 두번째 강아지들 모습

두번째 출산 후 진이는 많이 약해진 듯 합니다. 힘이 부친 듯 산책을 할 때도 살살 뛰어 다닙니다. 나이가 들었을 수도 있고요. 이제 딸아이들도 성장해서 목줄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니 목줄이 늘어나 줄어들지 않네요. 이때도 약간 고장 기미가 있었던 듯 합니다.

2016년 2월 산책 모습

2016년 8월 산책 모습

2018년 8월 진이는 뜻하지 않게 세번째 강아지들을 낳았습니다. 동네 돌아다니는 개와 그렇고 그렇게해서 임신을 하게 되었고, 힘들게 9마리나 낳게 되었습니다. 

2018년 8월 진이와 세번째 강아지들

세번째 강아지를 순산하고.. 이번엔 나이도 있고 휴유증이 심했는지 여기 저기 힘들어 하는 모습입니다. 그래도 그 많은 강아지들을 한마리도 안 빠지고 챙기는 모습이 짐승이지만 참 영물이고 대견합니다. 자 진이야~ 이제 그만 출산하자.

다른 강아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집도 지어주고 울타리 안에서는 목줄도 풀어 놓았습니다.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맛난 것만 멕이고, BBQ 후 남은 고기도 탄 것, 지방 덩어리는 안 멕이고 맛난 부위만 먹였습니다. 고기를 갖다 주면 너무 좋아하는데.. 씹지도 않고 훌딱 삼키니.. 무슨 맛이나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맛을 아는가 봅니다.

2019년 9월 산책 중에 건강을 많이 회복한 진이와 함께

진이야~ 너는 우리 가족이야~ 앞으로도 우리와 오래오래 잘 살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진이는 진정한 우리 가족의 반려견입니다.

(추가 2021/11/12) 우리 나이로 10살인 진돗개 진이가 다시 임신을 하고 강아지를 낳았습니다. 이번에는 버라이어티하게 까만 개랑 눈이 맞았는지.. 흰둥이 2, 검둥이 2, 황둥이 2마리씩을 다윈의 법칙을 정확히 따라서 낳았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졸고 있는 강아지들

갈색 강아지 - 가슴에 흰털과 두눈의 쌍거풀이 진이의 아들임을 증명함

그래도 강아지들은 진이를 닮아 눈에 쌍거풀을 가지고 있고, 색깔있는 강아지들도 대책없이 귀엽기만 합니다. 근본없어도 괜찮으니까.. 모두 건강하거라~

(2024/6/16) 우리에게 사랑을 듬뿍 주었던 진이는 마지막 몇개월을 자궁암으로 고생하다가 영면하셨습니다. 마지막까지도 우리에게 사랑을 나눠 주었습니다. 고마웠다 진이야~ 이제 더이상 아프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