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된 어금니 금니 발치 - 폐금 분해 및 현금화하기

"앓던 이가 빠졌다" 라는 말이 있죠? 30년 전 대학생 때 충치치료 (신경치료 + 금니 크라운) 했던 이(치아)가 최근 1년 정도 아팠습니다. 뭘 씹을 때 아파서 그쪽 이를 안쓰며 계속 참다가.. 최근 치과에서 정밀 진료를 받아보니.. 치아 뿌리가 상해서 염증이 생겼고 뼈도 녹아 내리고 있으니 빨리 발치하고 임플란트 하는 게 낫겠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픈 이 때문에 고생도 1년 했고, 어렸을 때부터 이 때문에 고생한 기억때문에 가끔 이 관련 악몽도 꾸는 입장에서 시원하게 발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앓던 이를 뽑고 나니 왜 선조들께서 저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겠더라구요. 속이 다 시원하고..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습니다. 스케줄에 따라 임플란트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족: 이를 보통 이빨이라고도 하는데.. 제가 아주 어렸을 때 당시 형님께서.. "이"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고 "이빨"은 동물에게 쓰는 말이니 이빨이라고 하지 마라..고 하신 말씀이 아주 가슴 속 깊이 박혀 있습니다. 형님도 누구에게서 배웠겠지만 아주 금과옥조와 같은 말씀이고.. 그 이후 이와 이빨을 조심히 구분해서 사용했고 (이빨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 안함),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교육하고 그랬습니다. 주변에서 이빨이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 매우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고쳐주고 싶은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데 요즘은 정말 많이 이빨 이빨 하더라구요. 언어를 순화해서 "이"라고 합시다. 의미가 전달이 잘 안되면.. 치아라고 해도 되고.. 심지어 힘들면 영어로 투쓰 tooth 라고 합시다. 이빨은 좀.. 그렇습니다.

발치된 30년 된 금니 어금니

발치된 치아를 보니 생각보다 뿌리가 짧고 색깔도 불그스레 하고.. 까만 부분도 약간 보이고 염증도 있었다고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뽑기를 잘했다고 합니다. 사진도 보면 약간 징그러운 느낌? 애기들 유치 뽑은 거 보면 하얗고 이쁘던데.. 이건 뭐 상당히 안좋은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란 것은 금 크라운 때문인지 들어보니 무게감이 꽤 있었습니다. 치과 선생님이 가져가겠냐고 해서 당연히 가져가겠다고 했습니다. 무슨 적출물 인수 동의서를 사인하면 된다고 하고.. 이렇게 금니를 발치했을 경우 반드시 본인에게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발치된 금니를 기념으로 온전하게 보관할까 하다가.. 이렇게 발치 후 나온 금을 폐금이라고 하고 폐금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곳이 있는가 봅니다. 주변에서 쉽게 금니, 폐금을 수집하는 곳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곳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전문매입점을 찾아 접근하면 꽤 괜찮은 가격을 받을 수 있나 보더라구요. 그래서 폐금을 분리해서 매입하기고 결정하고 크라운과 치아를 분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족2: 유튜브로 금리 분해 전 과정을 촬영해서 공개할까 하다가.. 약간 혐오 컨텐츠일 수 있어 동영상 공개는 안하기로 했습니다. 충치, 치석 등을 동영상으로 보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신기하고 참고할 만한 정보는 있어 블로그에 글로 공개해 봅니다. 사진도 약간 불편하신 분들은 빨리 스킵하시기 바랍니다.

분리된 폐금과 파쇄된 어금니 치아 모습

제 기억에 30년 전 당시 대전 중앙로에 있는 치과 (도청쪽)에서 20만원인가 주고 매우 아프게 힘들게 작업했던 어금니였는데.. 옛날 의사께서 작업해서 그런지 크라운과 치아가 절대 분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금과 치아의 마감도 너무 좋아 빈틈이 전혀 안 보이고.. 본드를 얼마나 강한 걸 썼는지 렌치 두개로 잡고 흔들어 봐도 꿈쩍도 안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폐금을 분리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치아를 분해, 파쇄하기로 결심하고.. 휴지를 덮고 렌치로 꽉 물어 분쇄해 버렸습니다. 일차적으로 뿌리 부분이 파쇄되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치아가 까맣게 변한 부분도 있고, 예전에 치료에 쓰인 석회 같은 부분도 있고 그랬습니다. 이 치아는 벌써 상해서 교체했어야 하더라구요. 유튜브 동영상 살펴보니 이렇게 금니 크라운 씌운 치아도 10년에 한번씩 갈아줘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안그렇게 되면 저렇게 까맣게 썩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30년을 썼으니.. 결국 발치를 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죠. 뭐 그래도 요즘은 임플란트라는 기술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아무튼 뿌리 부분은 파쇄되었는데.. 폐금 안쪽 부분에 치아는 딱딱한 돌이 되어 빠질 생각을 안하더라구요. 이렇게 저렇게 파 볼라고 해도 뾰족하게 빠지는 방법이 나오지 않아.. 그냥 금을 찌그러뜨리기로 하고 렌치로 옆쪽으로 잡고 꽉 눌렀습니다. 그랬더니 쫙 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살펴보니.. 일단 금이 살짝 따뜻해 졌습니다. 변형이 일어나며 에너지가 열로 변한 것 같습니다. 신기, 신기.. 금은 열 및 전기 전도가 매우 좋은 물질로 알려져 있죠. 이번엔 안쪽에 있던 치아들이 깨져서 살살 끍어내니 잘 빠져 나왔습니다. 폐금은 살짝 찌그러졌지만 사진처럼 거의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현금화하기 위해 폐금과 동전 사이즈 비교

분리된 폐금을 들어보니 여전히 무게감이 상당히 느껴집니다. 요리할 때 쓰는 저울로 달아보니 4g 정도 나오네요. 거의 한돈 (3.75g) 인 것 같은데.. 30년 전에는 크라운할 때 상대적으로 금을 많이 썼었나 봅니다.

폐금을 현금화하기 위해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져 보니.. 서울폐금이라는 서울 종로에 있는 업체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광고는 아니니 이글 보시는 분들은 여기저기 다양하게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전국적으로 폐금을 수집하고 매입하는데 상대적으로 가격도 잘 쳐주는 듯 합니다. 편지봉투에 우체국 등기로 보내면 등기 택배비도 합쳐서 입금해 준다고 하네요. 주말에도 카톡으로 상담해 준다고 해서 연락해 봤습니다.

폐금 상담 카톡 내용

100원짜리 동전과 비교한 폐금 사진과 4g 정도 된다는 정보를 드리고 무슨 금이냐 문의했더니.. 크라운 골드라고 하시네요. 가격도 4g, 50% 함량 가정시 118000원이라고 하니.. 꽤 괜찮은 듯 합니다. 이 업체에 우체국 통해 매입해 볼려구요. 금 함량과 혼합된 금속의 종류에 따라 폐금을 다양하게 분류하는데.. 아마 빛깔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듯 합니다. 크라운 골드는 대략 50% 정도 함량인 듯 합니다.

결국 어금니 금니는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께 30년 전에 받은 숨겨진 유산이네요. 30년 전에 비해 금값이 많이 오르는 바람에 10여만원으로 현금화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냥 써버리기는 아까우니.. 두 딸에게 실금반지를 하나씩 선물해 주려고요. 아이들에게는 할머니가 해 주신 아빠의 어금니 금니가 실금반지로 변했다.. 어금니 금니를 손가락에 차고 다니는 게 되나요? ㅋㅋ

이상 어금니 금니라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숨겨진 놀라운 유산에 대한 스토리였습니다. 관련 정보에 관심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추가 2020/4/14) 등기 우편으로 접수해서 매입했습니다. 

폐금 매입 금액 문자 메세지 

무게가 3.27 g 나오네요. 등기비 포함 99000원 제시하셔서 승인했더니 바로 송금하시네요. 폐금 크라운골드 g당 3만원 정도 나오네요. 다른 업체랑 비교할 때 참고해 주세요.

(추가 2020/4/16) 할머니의 숨겨진 유산을 딸아이들 실금반지로 바꾸었습니다. 14k 핑크 로즈 골드 13호로 두개 주문했습니다.

핑크로즈 골드 실금반지

결국 크라운골드가 핑크로즈 골드로 바뀌었네요 ㅋㅋ

(추가 2020/4/27) 제작 및 배송이 열흘 이상 시간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사이즈도 13에서 15로 바꾸고.. 배송된 제품 딸아이 손에 착용해 보니 보기에도 이쁘고.. 맘에도 든다고 합니다.

어금니 금니에서 실금반지로 변신 - 위대한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