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터 에어컨 사야 할까 vs 정속형 전기요금을 조금 더 낼까?

이제 여름인데 올해는 아직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무더위라 함은 낮기온도 30도 이상으로 높고 밤기온도 최저가 24도 이상으로 열대야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 낮 최고기온은 30도 근처까지 가도 저녁/밤 기온이 20도 이하 혹은 전후로 형성되니 참 살기 좋은 날씨인 것 같습니다. 한낮 더위만 잠시 피하면 되고, 저녁이나 밤에는 창문을 살짝 열고 자도 한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저희집은 아직 에어컨을 한번도 켜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오면 에어컨을 켜고 살텐데.. 많은 분들처럼 전기요금이 걱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 집은 10년 이상된 삼성 하우젠 정속형 에어컨을 갖고 있는데 당시에 나름 TCS 초절전형 에어컨이라는 광고가 있었습니다. TCS는 Tandem Cooling System 혹은 Triple Cooling System의 약자로 대형압축기와 소형압축기 두개가 Tandem으로 작동하며 세가지 Triple 모드 (대형-소형, 대형, 소형)로 작동하며 전기를 절약해 주는 개념인가 봅니다.

거실 구석에서 우리집 여름을 책임질 준비를 하고 있는 삼성 하우젠 TCS 초절전 정속형 에어컨

우선 작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로서.. 현재의 정속형 에어컨을 인버터 에어컨처럼 사용하는 간헐냉방의 원리를 설명한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drkimfixnsolve.tistory.com/141

정속형 에어컨 간헐냉방의 원리 - 인버터 에어컨 연속냉방과 등가인 이유

기본적으로 에너지 보존법칙을 이용한 설명이 되겠습니다. 인버터 에어컨이 연속적으로 열량을 빼낸다면 (시간축 가로방향).. 정속형 에어컨의 간헐냉방으로 같은 만큼의 열량을 단속적(간헐적)으로 빼낸다면 (시간축 세로방향).. 결과적으로 냉방효과가 같지 않겠느냐 하는 제안이 되겠습니다. 환경에 따라 변하는 PID 제어 등 고급 기능 부분만 빼면.. 이론적으로는 대략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번 여름에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찾아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인버터 에어컨이 진짜 전기를 절약하는 것일까요? 이미 TCS "초절전" 에어컨이 장착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기를 추가로 절약하기 위해 인버터 에어컨을 구매해야 할까요? 인버터 에어컨은 과연 더 전기를 절약할 수 있을까요? 결국 인버터 에어컨이 어떤 조건에서 전기를 절약해 줄 수 있는지 필요충분조건 같은 것들을 확인해 보고, 인버터 에어컨으로 인한 전기요금 절감 부분과 인버터 에어컨 구매 비용을 비교해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1. 인터버 에어컨이나 정속형 에어컨이나 에너지 보존 법칙 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열역학 제1법칙에 의하면) 집안에 일정량의 열량이 있고 이 열량을 빼내기 위해 에어컨이 일정량의 일을 해야 하고, 일과 에너지 등가원리에 의해 같은 양의 일을 했다면 사용한 전기에너지 양(kWh)도 같아야 합니다. 에어컨 압축기 기술은 매우 고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인버터냐 정속형이냐에 따라 냉방효율이 크게 차이 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예를 들어 30도의 집을 25도로 만들기 위해 인터버 에어컨이 10 kWh를 사용했다면, 정속형 에어컨으로도 10kWh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인버터 에어컨이라고 에너지를 덜 쓰는 게 아닌 게 됩니다.

2. 그럼 인터버 에어컨은 어떻게 상대적으로 전기를 절약할 수 있을까요? 보통 전속력으로만 달리느냐 천천히도 달릴 수 있느냐 처럼 매우 감성적으로 에너지 효율 비교를 설명하는 컨텐츠들이 많은데.. 별로 믿음이 가지는 않습니다. AC든 DC든 인버터든 모터 효율에 대한 정밀 비교가 있어야 하고.. 또한 인버터 가동을 위한 주파수 변환시의 에너지 변환효율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에어컨 회사에서 공개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제가 위에서 설명한 대로 각자의 기술에서 가장 효율적인 구간에서 작동한다고 가정할 때 냉방효율의 최대치까지 최적화된 것이 아닌가 짐작할 뿐입니다. 냉방효율이 대동소이하다면.. 결국 인버터 에어컨은 PID 제어 기술로 실내온도의 변화(요동: fluctuation)를 줄여 과냉방 구간을 없앰으로서 불필요한 에너지 (열) 손실을 줄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속형 에어컨에 비해 확실히 이 부분에서는 잇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열손실이 많은, 단열이 잘 안된 집에서 인버터 에어컨을 들여 백날 써 봐야 상대적 전기절약 효과는 별로 없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인버터 에어컨 쓰고 전기를 절약하고 싶다면 당연히 집의 단열도 확실히 보강해야 합니다.

3. 요즘처럼 낮에만 덥고 저녁이 선선할 때는 인버터 에어컨이나 정속형 에어컨이나 낮에만 가동하기 때문에 상대적 절약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인버터 에어컨은 보통 끄지 않고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24시간 가동해야 효율적입니다. 따라서 인버터 에어컨의 상대적 전기절약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실외온도가 항상 24시간 실내온도보다 높아야 합니다. 즉, 여름철 열대야가 지속되는 무더위 시즌처럼 에어컨을 24시간 가동해야 할 때 인버터 에어컨에 의한 상대적 전기절약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4. 중요한 것은 상대적 전기절약 효과가 극대화될 뿐, 에어컨을 24시간 가동을 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전기 사용량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무더위를 식혀야 하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써야 가능하겠죠. 일년 중 이 조건을 만족하는 기간은 대략 7월 중순부터 8월 초순까지 20일 정도일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겨울철 풀난방과 달리 여름철 풀냉방은 매우 짧은 기간 필요한 나라입니다. 물론 2018년처럼 9월까지 40-50일 정도 지속될 수도 있고 어느 해처럼 일주일 정도로 짧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간에 상대적 전기절약 혜택을 보기 위해서 인버터 에어컨을 구매한다고 보면 됩니다.

5. 여름철 무더위 시즌에 풀냉방을 하게 된다면 인버터 에어컨이건 정속형 에어컨이건 24시간 창문을 닫고 생활하기 때문에 실내공기 환기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세대 환기시스템을 24시간 풀가동하거나 온도가 가장 낮은 새벽에 짧은 시간 동안 창문을 열고 환기해서 새공기를 들여야 합니다. 지난 번에 계산해 봤었지만 (drkimfixnsolve.tistory.com/5).. 환기에 의한 공기의 유입 열량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무서워 환기를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6. 1년에 무더위 기간 20일 정도 잡고.. 이 경우 어느 정도의 상대적 전기절약 효과가 있을까요? 집안 생활 온도에 따라 다르고 에어컨 냉방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에어컨 전기로 하루에 10-20 kWh면 충분히 시원하게 생활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20일이면 200-400 kWh의 전기를 에어컨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고.. 여기에서 인버터 에어컨의 상대적 절약효과가 10%라고 하면 20-40 kWh 정도가 되고, 냉방효율 생각해서 많이 잡아 30% 정도라고 해도 60-120 kWh 정도의 전기를 절약하는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누진세 구간에 따라 다르지만 kWh당 200원 구간이라면.. 10%일때 6000원, 30%일때 2만원 정도 절약하는 모양입니다. kWh당 300원 구간이면.. 1-3만원 정도 절약이 되겠습니다. 무더위 시즌이 30일 정도로 늘어난다고 해도 인버터 에어컨으로 일년에 5만원 이내의 전기요금이 절약된다고 보면 됩니다. 

이 정도 비용 절약을 위해 과연 고가의 인버터 에어컨을 투자하는 게 맞을까요? 위의 제 계산에서 뭔가 빠진 게 있고 틀린 내용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오차를 최대한 크게 잡아 놨기 때문에 많이 틀릴 수도 없을 듯 합니다).. 아마 저는 당연히 인버터 에어컨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당연히 인버터 에어컨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믿는 정속형 에어컨 간헐냉방을 가열차게 실험할 테고요.. 보통의 정속형 에어컨을 갖고 계신 분들은 AC모터 효율이 아주 나쁜 것이 아니라면 (90년대 제품?).. 전기요금을 조금 더 낸다고 생각하고 부담없이 에어컨을 껐다 꼈다 하면서 가동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 집도 올해는 작년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는 방향으로 간헐냉방을 구사해 보고자 합니다. 작년엔 20일 정도 가동하고 평소에 비해 100 kWh 정도 더 사용했었는데 (drkimfixnsolve.tistory.com/72).. 올해는 위에 계산한 대로 대략 200 kWh 정도 더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24시간 환기(drkimfixnsolve.tistory.com/145) 포함 쾌적한 실내환경을 구축해서 가족들의 만족도와 전기요금 절약 모두를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최초 간헐냉방으로 인버터 없이 정속형 벽걸이 에어컨 전기세 절약하기 (아두이노+서보모터

아파트 공기청정 환기시스템 풍량 확보 방법 - 헤파필터 두께 늘리기

자.. 이상의 개인적 고찰이 전기요금 절약 관련 인버터 에어컨에 대한 맹신을 깨는데 조그만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고.. 자신의 생활 습관/패턴에 맞게 에어컨 및 냉방법을 선택해서 시원하게 여름을 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추가 2020/7/12) 같은 내용으로 유튜브 자료도 만들어 봤습니다. youtu.be/mJWdQK2bgXc

정속형 vs 인버터 에어컨 비교 3탄

(추가 2020/8/13) 2020 간헐냉방 프로젝트는 다음 글에서 리포트하고 있습니다. 최적의 간헐주기를 찾아 나름 만족하며 두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drkimfixnsolve.tistory.com/169

정속형 에어컨 간헐냉방 최적의 사이클 주기와 일일 전기사용량

(추가 2021/7/17) 2021년 간헐냉방 프로젝트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며칠 열대야가 극성을 부렸는데.. 최신 간헐냉방 소식은 다음 글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https://drkimfixnsolve.tistory.com/229

2021 여름 간헐냉방 프로젝트 - 열대야 쾌적하게 극복하는 방법

또, 간헐냉방과 선풍기는 꼭 함께 가야 하는 아이템인 것 같습니다. 열대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간헐냉방을 하고 선풍기를 은은하게 틀고 자면 딱입니다. 열대야가 뭐야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최근에 선풍기 관련한 회전문제와 전원작동 불량을 수리한 부분을 정리해 봤습니다. https://drkimfixnsolve.tistory.com/235

선풍기 회전/전원버튼 불량 DIY 수리하기

그럼 최근에 저의 간헐냉방 컨텐츠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 글과 관련 컨텐츠를 보시는 모든 분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간헐냉방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셔서 시원한 여름날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