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차이점: 고전압 배터리 비교 - 그랜저IG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이유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많이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있어 개인적으로 아는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전기차는 고전압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하고 저장된 전기를 이용해서 모터를 돌려 자동차를 굴리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우리가 흔하게 일상에서 접하는 18650 배터리부터 리튬 폴리머 배터리까지 다양합니다. 다이슨 배터리, 휴대폰 배터리와 같은 일상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차이점은 전기자동차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별 리튬이온 배터리 팩을 대량으로 (예를 들면 수천개에서 수만개) 직렬 병렬 연결해서 고전압 고용량 고출력 배터리를 구현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한 방식인데, 미국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가 시장에서 전기자동차에 대해 모두 회의적일 때 시장의 예상을 깨고 돌파한 방식입니다. 결국 기술을 안착시켰고, 우리나라 현대자동차에서도 아래의 전기자동차가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전기자동차 이미지 (출처: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전기자동차 배터리에서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가 고출력 문제였는데, 수많은 배터리를 직렬 병렬 연결하니 공학적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돼 버렸습니다. 각 배터리 셀에서 약간의 전기만 나와도 수천개 배터리에서 동시에 나오니 엄청나게 큰 출력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죠. (전기자동차의 순간 가속 능력에 해당합니다.) 테슬라의 해법은 마치 콜럼버스 달걀 정도의 창의적 해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또 다른 문제는 고용량 문제입니다. 전기차에 에너지를 많이 담아 놓아야 300 km 이상 500 km, 700 km까지 운행할 수 있는데.. 에너지 용량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리튬이온은 주기율표 상에서 가장 가볍고 작으면서 동시에 전압차도 가장 크게 만들 수 있는 원소입니다. 더 작은 원소가 수소 및 양성자 (수소이온)가 있지만 얘들은 기본적으로 1.2 V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리튬이온의 4 V 를 거의 어떤 원소도 따라 잡을 수 없습니다. 주기율표 상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기 때문에 리튬이온 기술 내에서 최대한 용량을 키워 볼려고 하는데 그래봤자 현재 용량의 두배 이상 키우기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핸드폰 배터리 용량이 두배 이상 커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세번째 문제는 결국 가장 중요한 충전 시간이겠죠. 가솔린 자동차에 익숙한 우리는 주유소에서 한 5분 정도 기다리고 탱크가 꽉차는 것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이 기준을 맞추기 매우 어렵습니다. 리튬이온을 탄소물질 (혹은 그 비슷한 물질) 구석구석에 끼워 놓는 것이 충전인데, 이 과정이 기본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빈통에 휘발류나 물을 붓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이죠. 급하게 생각하고 막 끼워 넣으면 배터리가 상하게 됩니다. 그럼 배터리를 못쓰게 되는 것이죠. 휴대폰 충전할 때 꼭 지급받은 (규격에 맞는) 단자로 충전하라는 안내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입니다. 충전이 더 빠른 물질을 사용하면 결국 용량을 손해보는 구조입니다.

네번째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입니다. 리튬이온을 물질 사이에 넣었다 뺏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는 필연적으로 충방전 과정에서 변형 및 퇴행을 겪게 됩니다. 보통 1000번 완전 사이클 (full cycle)을 수명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핸드폰 배터리를 매일 충전하고 대략 3년 쓰면 거의 사용 못하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보통 2년에 한번 갈아줘야 쓸 만 하잖아요? 전기자동차 배터리도 2년에 한번 갈아줘야 한다면 거의 사용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는 매일 full 충방전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오래 쓰려면 완전 방전/충전을 지양하고 얕은 충/방전을 계속해야 합니다. Deep cycle보다는 Shallow cycle로 사용해야 합니다. 전원을 꼽아 놓고 계속 사용하는 노트북처럼.. 짧은 거리 사용하면 다시 충전하고 하는 방식이 가장 낫습니다. 먼 거리 운전은 될 수 있으면 안하는 것이 배터리 수명엔 도움이 되겠죠. 그렇다고 해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 1회 충전에 300 km 가는 전기 자동차를 1000번 완전 싸이클로 사용하면 대략 300,000 km 정도 사용하는 것이니 이 정도면 거의 충분히 차량을 수명까지 사용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쯤 새 배터리로 교환해 주면 됩니다. 요즘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10년 200,000 km까지 65% 성능 보장하는 것 같더라구요.

이 모든 전기차 배터리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방법은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을 계속 키우는 방법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배터리를 더 많이 붙이면 고출력, 충전시간, 고용량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수명 문제도 큰 용량의 얕은 사이클만 사용할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더 많은 배터리를 장착해야 해서 차체가 무거워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누가 계산한 것을 봤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리튬이온을 사용해도 모든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꿀 수 없다고 합니다. 리튬이온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결국에 가격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념도 (출처: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가솔린 자동차입니다. 주 에너지원이 가솔린이니 전기를 따로 충전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유소에서 휘발유만 넣어주면 자동차는 알아서 가솔린과 전기 모드를 왔다갔다 하며 굴러 갑니다. 가솔린을 태워서 만들어 낸 에너지를 이용해서 자동차를 굴리고, 남은 에너지를 끌어 모아 전기로 저장했다가 보조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 수확 (하베스팅) 기술로 보는 게 맞습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의 장점은 주행 중 자동으로 충방전을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shallow cycle에서 작동합니다. 따라서 수명이 길 수밖에 없죠. 요즘은 상대적으로 (전기차보다 작지만) 고용량 배터리를 집어 넣는 데, 이걸로 얕은 충방전을 하니 수명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현대 자동차의 경우 2년 전에 배터리 평생 보증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다만 요즘 신차 판매에서는 평생 보증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10년 20만)

얕은 충방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를 절대 완충 상태에서 운전하지 않습니다. 중간 정도 충전한 상태에서 운전하고 어느 정도 충전하면 바로 사용하고 어느 정도 방전되면 알아서 엔진으로 충전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완충 안되었다고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또 너무 방전될 때까지 저속 운전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계기판. 배터리 게이지가 중간에 위치함.

환경을 생각한다면.. 미세먼지가 두렵다면.. 친환경차를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나 하나의 노력으로 미세먼지가 줄어들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인다면 충분히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초창기에 개념있는 헐리우드 배우들과 몇몇 IT 부자들만 주로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그런 노력들이 모이고 모여 상당히 많이 대중화 된 상태입니다. 하이브리드 기술도 놀랍게 발전했고 가격도 많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초기 비용이 좀 더 들기는 하지만.. 친환경자동차가 주는 정숙함 등을 감안하고 장기 보유시 연료비 절감 등을 고려한다면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중에서 하나 고르라면 전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고르겠습니다. 당분간 10년간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전성기라고 보여집니다. 전기 자동차의 충전 문제가 그렇게 쉽게 해결되기도 힘들 것 같고요, 가솔린 내연기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불가능하다면 하이브리드 기술로 더 효율적으로 가솔린을 사용하는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브리드 기술은 토요타가 가장 앞서 있고 가장 많은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만간 토요타 특허가 만료된다는 얘기도 있더라구요.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기술도 2010년 정도부터 출시를 시작해서 최근 많이 올라온 것 같습니다. 저는 가격, 사양, 고급감, 연비, 보증 등 고려해서 현대자동차의 그랜저IG 하이브리드를 선택했습니다. 그랜져IG 하이브리드 평균 연비가 16 km/l 로 오래된 NF소나타보다 2.5배 더 많은 거리를 달립니다. 같은 연료로 400 km 달릴 때 1000 km 달리니 현대자동차로서는 엄청난 기술의 진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