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엔진오일/에어필터 교환 주기는 얼마가 적당할까요?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은 자동차가 대중화된 80년대 후반이라고 봐야 합니다. 자동차 문화의 역사가 짧다보니 자동차 관련 상식도 많이 부족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동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국민소득 3만불, 자동차 2천만대 시대에 자동차를 대부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자동차가 고장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었고요. 다행이 잠시 외국생활을 하면서 중고차를 여러 대 경험하면서 직접 DIY 정비도 했었고 (https://drkimfixnsolve.tistory.com/103) 자동차에 대해 약간 각성을 한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 정말 헷갈리는 게 엔진오일과 에어필터 교체주기입니다. 대부분 정비소에 맡기고 알아서 교체해 주니 신경을 안쓰는데, 꼭 정비소에서는 5000 km마다 갈아라, 3개월 마다 갈아라, 6개월 마다 갈아라 정보를 주고, 심지어 확인 문자를 보내기도 합니다. 

자동차 지식에 관한 정보 격차가 우리나라처럼 심하게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정비소에서 알려주는 정보는 쉽게 무시를 못하게 되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적당할까요? 당연히 정비하는 분들은 자주 정비를 하라고 합니다. 조금 고장난 것도 과장되게 수리하기도 하죠. 과잉정비. 특히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 더 많은 바가지를 씌웁니다.

이런 일들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자동차에 대해 부모에게서 배우고 16살이면 자동차 운전을 하고 다니기 때문에 자동차에 대해 잘 압니다. 특히 고등학교 들어갈 때 대부분 부모가 쓰던 중고차를 물려 받기 때문에 어려서 부터 기본적인 정비를 할 줄 알죠. 그래서 미국애들이 정비소에 가서 차를 맡기면 속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어리숙해 보이는, 영어발음도 이상한 동양인이 차에 문제가 있다고 정비소에 나타나면 미국애들은 아주 신이 납니다. 차에 대해서 잘 모를 뿐더라 돈이 많을지도 모르거든요. 아주 바가지 바가지를 씌웁니다. 

이런 일을 몇번 겪고 나면 자연스럽게 중고차 자가 정비의 길로 들어섭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첫번째 놀랐던 사실은 중고차 자가정비하는 분들은 엔진오일 교환을 직접하기 때문에 가장 최선의 주기로 엔진오일을 교환합니다. 정비소에서 3개월 3000마일 (5000km)마다 교환하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게 자주 안합니다. 대략 1년에 한번 10000마일이나 15000마일에 한번 교환을 하죠. 단 자주 오일레벨을 체크하고 점도로 검진해 봅니다. 오일이 줄어들어 있으면 교환하는 게 아니고 주기적으로 오일을 채우면서 타고 다닙니다. 자주 교환하는 것이 과잉정비인 것이.. 자동차 메뉴얼에 의하면 정상조건에서는 15000마일에 한번 교환, 악조건에서는 7500마일에 한번 교환하라고 써 있습니다. 3000마일은 아주 옛날에 적용했던 옛날 차들에 필요했던 상식들이지만 기술이 발전한 요즘 차들에도 아무 생각없이 적용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 차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보통 5000키로, 6개월에 한번 바꾸라고 하는데, 메뉴얼에 보면 정상조건에서 15000키로, 12개월 추천하고 있습니다. 메뉴얼에 써 있는데 이보다 더 자주할 필요가 있을까요? 차를 아끼는 마음은 알지만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과잉으로 엔진오일을 교환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상조건이 아닌 경우는 택시처럼 차가 혹사 당하는 경우라고 보면 됩니다. 저는 1년에 한번 바꿉니다. 10000 키로는 무조건 타고.. 이번에는 여차저차 2년동안 엔진오일을 교환 안했습니다. 이번에 교환해 볼려고 엔진룸을 열고 오일을 찍어 봤습니다. 제가 보기엔 멀쩡합니다. 

https://youtu.be/KFPzLk3zbM8

다만 이렇게 자가정비 스타일로 관리하실 때 주의하실 점은 자주 엔진오일 상태를 점검하라 정도 되겠습니다. 차에 대해 좀 더 알아야 겠죠. 특히 오일을 자주 안 갈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오일이 줄어든 경우입니다. 오일이 적으면 엔진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오일을 채우면서 타고 다니면 됩니다) 자주 오일 레벨을 찍어보는 수 밖에 없는 거죠.

에어필터도 자주 교환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나라 정비소는 무조건 오일 + 에어필터 교환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약간 이해할 수 없더라구요. 에어필터 교환은 직접하는 것도 너무 쉬운데, 직접 한다고 하면 화를 내더라구요.

보통 에어필터는 미국에서도 엔진오일 2번 교환에 한번 교환하는 식으로 교환해 줍니다. 중간에 교환 안할 때는 점검만 하고 툭툭 털어 쓰거나 에어블로로 먼지 날려서 씁니다. 연비가 좋아지니 나빠지니 하는 것들은 대부분 정보격차를 이용한 정비소의 상술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떻게 하면 정비소에서 바가지를 안쓰냐.. 살짝 차에 대해 아는 체를 해야 합니다. 잘 몰라도 아는 것처럼 몇마디 늘어 놓으면 그쪽 사람들은 귀신 같아서 속일 수가 없습니다. 다만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면 모른다는 것을 눈치채기 때문에 적당히 이거이거 고쳐주세요 상당히 아는 척하면서 지시만 하면 됩니다. 괜히 잘 해주세요, 제가 차에 대해 잘 몰라요 등등은 필요없는 말이고 호객님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입니다.

더 좋은 방법은 자기 차의 증세에 대해 조금 공부해 보는 겁니다. 요즘 구글에 잘 나와있기 때문에 조금만 검색해 보면 동일한 증세를 고민한 분들이 온라인에 정보를 늘어 놓았을 겁니다. 혹은 유튜브에도 정보는 넘칩니다. 결국 그런 정보를 찾기가 조금 번거롭고 귀찮은 건데.. 그것만 극복한다면 정보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인 상태에서 정비사를 상대할 수 있고.. 그쪽에서 거의 속일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비소 가는 것도 두렵지 않고 중고차 사는 것도 더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면 간단한 정비는 직접 해 볼 수 있겠죠. 사실 자동차 정비는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영어로 정비사를 왜 메케닉이라고 부르는지 확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가끔 주변에 농담도 합니다. 나는 Quantum Mechanic이라고.. 어떤 부분은 고칠 수도 있고 어떤 부분은 못 고칠 수도 있는 기술을 보유한 (어쩌면 당연한) DIY 자가 정비라는 뜻입니다. https://drkimfixnsolve.tistory.com/103 글에 자세히 적었습니다.

양자수리공 (quantum mechanic)의 중고차 DIY 자가 정비 스토리 - 미국에서 끌었던 닛산 센트라, 토요타

(추가 2020/6/15) 1년 주행거리가 5000km 이하로 짧을 때 엔진오일 교환 주기를 12개월을 지켜야 하는지 더 길게 타도 되는지 실험을 해 보고자 합니다. 본의 아니게 시작했지만 2년 엔진오일 교환주기를 실험해 보고 있습니다. drkimfixnsolve.tistory.com/143 

1년 4천km 주행한 NF소나타 엔진오일 점검하기 - 2년 교환주기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