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수페달 DIY 수리 도전하기 - 아파트 AS의 불편한 진실

그동안 잘 사용하던 부엌의 절수페달이 문제가 생겨 DIY 수리를 도전해 보고 있습니다. 절수페달은 그야말로 발로 물 사용을 조절하는 장치인데 설거지할 때, 혹은 주방에서 간단히 물을 사용할 때 불필요한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상당히 만족도가 높은 빌트인 아이템입니다. 물론 친환경적이기도 하고요.

싱크대 아래 절수페달 모습 - 순간동작과 연속동작 버튼을 발로 조작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얘가 문제가 생겨 와이프가 요즘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DIY 정신에 입각해서 수리를 도전해 봤습니다. 당연히 일단 분해해 보는 것이죠. 이름하여 "절수페달 진격의 분해~" 아래 영상을 참고하세요.

https://youtu.be/K07VOEiLK-8

절수페달 DIY 수리 도전 유튜브 동영상

절수페달은 크게 네가지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더라구요. 발로 조작하는 스위치 부분, 전원 부분,  PCB 회로 부분, 밸브 부분. 아래는 특히 고장이 의심되는 페달 스위치와 컨트롤박스를 분해한 모습이 되겠습니다.

절수페달 스위치 분해된 모습 - 내부 스프링과 기판이 보임

절수페달 컨트롤 박스 내부 모습 - 밸브와 PCB 회로가 보임

여러 절수페달 부품 내부를 살펴 봐도 특별히 고장나 보이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절수페달 불량 증세를 살펴보면.. 순간동작 스위치를 On 했을때는 즉각적으로 밸브가 반응을 하는데, 스위치를 Off 할 때는 밸브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짧게 터치하면 즉각 On-Off가 되는데.. 조금만 길게 터치해도 꺼지는 반응시간이 2초에서 5초, 10초까지 다양하게 증세가 나타납니다. 또한 연속동작 버튼을 눌러 On할때는 확실히 밸브가 즉각 오픈되는데, 다시 눌러 Off 시킬 때 밸브가 닫히는 데 평균적으로 2-3초 딜레이가 있습니다. 아마 예전 초창기에는 거의 즉각적으로 밸브가 닫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되면 절수페달이 오히려 물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 되고 있습니다.  또 100% 완벽하게 동작해야 믿고 사용하는데, 가끔 에러 확률이 있으니 아예 꺼 놓고 절수페달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절수페달을 사용하지 않으려면 컨트롤 박스에서 수동 표시 방향 쪽으로 훨을 끝까지 돌리면 되고.. 전원은 꺼 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증세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스위치나 밸브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짧게 터치할 때 빨리 닫히는 걸 보면.. 어떤 경우 회로에서 닫히는 신호를 빨리 보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게 이런 경우는 회로의 캐퍼시터에 전하가 빨리 in/out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짐작됩니다. 캐퍼시터가 노후화됐지 않았나.. 혹은 작년에 싱크대 상부 틈으로 물이 새서 컨트롤 박스가 물기에 젖은 적이 있었는데 (https://drkimfixnsolve.tistory.com/60) 이때 캐패시퍼 부분이 상하지 않았을까 의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회로를 우선적으로 교환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절수페달은 아파트 입주 초기부터 있던 빌트인 아이템인데.. 메뉴얼 등을 찾아보니 Bath Zone이라는 회사에서 공급한 제품이었습니다. 전화번호가 있어 전화해 보니 예전 회사는 부도가 났다고 하더라구요. 입주 9년 쯤 되어가니 슬슬 맛이 가는 부품이 있고 수리 요청이 있으니 현재의 회사가 수리 부분을 응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장비는 2만원이고, 밸브 6만원, 스위치 6만원, 회로 2만원 쯤을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 부품 비용이 생각보다 비쌌습니다.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있는지 조금 알아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다음에 연락한다"고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래서 오픈마켓에서 절수페달을 검색해 봤더니.. 아래처럼 절수페달 세트로만 취급하고 가격이 거의 10만원 근처였습니다.

절수페달 오픈마켓 광고

새 제품으로 선택하실 분들을 위해 쿠팡 링크를 공유해 봅니다. https://coupa.ng/bzAWkO

자바 절수페달(TF721)-골드.블랙.실버.화이트

흠.. 이건 뭔가.. 아무래도 많이 이상한 것 같습니다. 절수페달은 물을 아끼기 위한 아이템인데.. 이렇게 아낀 물이 한달에 1톤이나 될까요? 수도 톤당 단가는 400-500원 수준입니다. 몇백원을 아끼자고 십만원 정도를 투자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입니까? 그냥 수동으로 사용하고 절수를 안하는 것이 더 친환경적으로 보입니다. 물론 약간의 편리함은 이제 포기해야 겠죠.

당연히 절수페달의 일부 부품만 (합리적 가격으로) 판매해야 하는데.. 일반인이 DIY를 위해 오픈마켓을 통해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앞서의 경우처럼 최초 공급회사만이 부품을 독점적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AS 독점인데.. 기존 회사가 망해도.. AS 독점권을 승계한 회사가 있게 되고.. 당연한 것처럼 AS 혹은 수리과정에서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의 PCB 회로 원가가 몇백원도 안할텐데 이걸 2만원이나 받는 것이 합당한가요? 몇 천원 정도는 이해가 돼도 이건 해도해도 너무 한 것 같습니다.

결국 대체 회로를 찾지 못한다면 2만원 짜리를 사거나 회로의 캐패시터만 따로 교체해 보는 방법이 있을 듯도 합니다. 이 부분은 추후 일이 진행되면 또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파트 "AS 지옥", 도대체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1. 우선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새 아파트의 각종 편의 장치들이 대기업 제품이 아닌 이상 사후 AS 경로가 매우 불투명합니다.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을 건설사에 납품단가를 후려쳐서 납품을 받게 되고.. 공급업체는 납품단가를 맞추기 위해 내구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납품하게 되고 결국 AS 독점으로 사후 이익을 취하거나 취약한 구조로 부도가 나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 건설사에 충분한 사후 관리 책임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2. 문제는 관련 업계에도 있습니다. 제품들이 호환될 수 있게 마켓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모두 담합을 했는지 세트 제품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담합의 문제는 전에 수전 손잡이 부분에서 다루었듯이 (https://drkimfixnsolve.tistory.com/89) 수전 업계에 특히 심한 것 같습니다.

3. 마지막으로 정부의 감독 소홀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 해당 관련 기술들이 표준화되지 않고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독점적인 AS 생태계가 조성되고 일부 업체의 수리비 폭리가 발생하도록 방치합니까. 전 국민의 50-60%가 아파트 생활자라고 하는데 국민 대다수가 이런 "AS 지옥" 담합의 피해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한심할 뿐입니다.

외국의 경우를 매번 예를 들고 싶지 않지만, DIY 선진국인 천조국에서는 Home Depot라는 가게가 있어 왠만한 부품들은 쉽게 싸게 구할 수 있습니다. "홈데포는 내친구"라는 카피가 무색하게 홈오너들은 거의 매일 홈데포를 방문해서 주말 수행할 프로젝트의 부품을 구매하곤 합니다. 점원들도 거의 모든 홈 프로젝트의 전문가들로서 저같은 외국인 문외한이 물어보더라도 매우 친절히 DIY 방법을 알려 줍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수행한 프로젝트도.. 커튼 달기, 실링팬 달기, 가라지 도어 오프너 달기, 세면대 설치, 백야드 프로젝트, 6m 천장 샹들리에 달기 등 거의 수십가지 이상입니다.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도 홈오너 혹은 아파트 생활자를 위한 DIY 생태계가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절수페달 컨트롤 박스에서 탈거된 수분 노출됐었던 구 PCB 회로

(추가 2020/2/8) 결국 수분 노출된 PCB 회로를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업자에게 전화해서 PCB 회로를 구매했습니다.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물어봤지만 업자는 회로도 문제일 수 있고 솔레노이드도 문제일 수 있다고 했지만.. 수분 노출된 경험도 있고.. 회로라고 확신하고 회로만 구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래는 PCB 회로를 교체해서 절수페달을 수리하는 영상입니다. 

https://youtu.be/oer3TQm-nsc

PCB 회로 교체 후 처음엔 잘 작동하지 않는 것 같더니.. 계속 껐다 켰다 해 보니 어느 정도 이후엔 상당히 신뢰성 있게 작동했습니다. 에러가 눈에 띄게 확 줄었고.. 와이프에게 사용해 보라고 했더니 만족스럽다고 하네요. 

신구 PCB 회로의 큰 차이는 캐패시터 용량이더라구요. 구형은 22 uF (마이크로패럿)인데 신형은 41 uF이네요. 처음에 충전되는 데 약간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이 캐퍼시터가 밖에 노출되어 있어 수분이 침투할 경우 노후화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수분 노출을 차단하기 위해 간단하게 비닐을 씌워 줬습니다.

그럼 아파트 주방의 편의 사양인 빌트인 절수페달의 작동 불량 DIY 수리법 찾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추가 2020/2/26) 다시 절수페달이 고장이 났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닫히지가 않네요. 아무래도 솔레노이드 밸브라고 부르는 부품이 고장난 듯 한데, 좀 더 공부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문제 해결을 다각도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쉽지가 않네요.

일단 수동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수동-자동 노브를 수동 쪽으로 완전히 돌렸고, 전원을 차단해 놨습니다. 대체 부품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못찾으면.. 다시 AS 업자에게 연락을 해야겠지만, 6만원이 너무 비싸네요.

(추가 2020/3/1) 절수페달 작동불량은 솔레노이브 밸브 분해 청소로 깔끔히 해결했습니다. 조만간 영상 정리해서 올려 보겠습니다. 새 부품 사지말고 (물론 사는 것도 어렵지만..) 분해해서 청소해 보세요~

https://youtu.be/c9Qf8kdK6pQ

솔레노이드 밸브 청소로 수리 성공하는 영상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WD40를 조금 썼는데, 물이 흐르는 부분과 관계가 있어 약간 꺼림직한 느낌이 있으니, 물을 충분히 흘려주거나, 조립전에 충분히 말려 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추가 2020/3/6) 솔레노이드 밸브 청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절수페달 작동불량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솔레노이드 밸브 용수철 탄성을 조정해 봤습니다. https://youtu.be/RNR3BcyslGw

용수철 탄성이 부족해서 일까요?

문제가 일시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계속 의심 중입니다. 대체 밸브를 사는 것도 한가지 쉬운 해결 방법이긴 한데.. 그 전에 한가지 더 도전해 봐야 하겠습니다. 이름하여.. 수도관 분해.. 주말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좋은 소식 있기를 바래 주세요~  

(추가 2020/3/7) 절수페달 최종수리에 관한 내용은 따로 작성했습니다. 다음 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drkimfixnsolve.tistory.com/119

절수페달의 동작원리와 DIY 수리 방법